요사이 서울의 날씨는 장마가 아니라 우기라 한다.
도대체 며칠째 아니 몇 주째 이렇게 비가 내리는지 모르겠다.
여름에 비가 없으면 답답하겠지만 푹푹찌는 더위와 습한 공기가 나를 힘들게 한다.
몇일만인지도 모르게 아침은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어젯밤 내린 비 때문인지 유난히 햇볓이 따사롭게 느껴진 아침이었다.
바람이 귓가 귓볼을 간지럽히고..
좋은사람 착한사람 되기는 참쉽다.
왜냐면 그냥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살면되기에... 말이다.
가슴이 먹먹하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 보다 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세상엔 사랑이 없다고 한다.
정말로 없을까?
그분을 뒤로하고 가슴이 아파
한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눈물 속에서 만나 뵈옵는
그는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이다
뼈가 녹아 물이 되고
살이 녹아 물이 되는
살아가는 길
긴 濾過(여과)의 過程(과정)에서
<<눈물>>이라는 제목의 첫 부분입니다. 나는 눈물을 뼈와 살의
정수로 보고 있읍니다. 살아가는 과정이란 결국 살과 뼈를 녹여
눈물을 걸러내는 여과의 과정과도 같은 아픔의 연속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아픔이 뼈를 녹여내고, 살을 짜내어
눈물로 우리를 울립니다. 우정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며, 욕망과
야심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며, 모든 눈물은 가장 정직한 가장 고
결한 순간에 가장 진실된 마음의 표현입니다.
웃음은 거짓으로 웃을 수 있으되 눈물은 거짓으로 흘릴 수가
없읍니다. 그래서 눈물의 그 정직성과 진실 때문에 눈물은 우는
이의 마음을 맑게 씻어 주는가 봅니다.
비누는 몸을 씻어 주고 눈물은 마음을 씻어 준다고 합니다. 눈
물이 많은 사람치고 거짓이 많고, 잘 우는 사람치고 몰인정한 사
람이 없읍니다.
청아하고 신성한 풋내나는 소녀 적에는 눈물이 많지만, 나이
들고 세상의 볼꼴 못당할 꼴을 겪고 난 사람에게는 눈물이 많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자기를 위하여 흘리는 눈물도 마음을 씻어 맑게 하지만,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더욱 그 마음을 맑게 씻어 주리라 생각합
니다.
자비로운 이의 눈물은 타인을 위해 흘리는 때가 많습니다. 우
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이는 우는 이의 아픔을 모릅니다. 울어보
지 못한 이는, 그 마음을 해체하면서까지 울어보지 못한 이는 기
쁨의 진가를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참으로 밝은 웃음을 웃을 수가 없읍니다. 흔히 첫사랑
의 울음 슬피 운 후에 다시 눈앞에 보이는 세상은 새로운 빛을
피우고, 그 후에 웃는 웃음은 진실로 기쁜 웃음임을 깨닫게 됩
니다.
깊이 사랑해 보지 못한 이에게 뜨거운 눈물이 기대될 수 없고,
울어보지 못한 이는 사랑의 그 끝없는 깊이와 높이와 무비(無比)
의 아름다움을 보아낼 줄 모릅니다. 사랑의 소중스러움은 더구나
알 까닭이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것을 모르는 사람은 배신을 두려
워하지 않습니다.
자기 아픔에 깊이 울어 본 사람, 자기 상처에 오래 울어 본 사람
만이 배신을 두려워하고, 신뢰를 소중히 여기며, 맑은 마음으로
남의 아픔도 아파할 줄 알고, 남의 기쁨에 참여할 자격이 있읍니다.
눈물을 흘려 본 이는 인생을 아는 사람입니다. 살아가는 길의
험준하고 뜻있고 값진 피땀의 노력을 아는 사람이며, 고독한 영
혼을 아는 사람이며, 이웃의 손길이 따사로움을 아는 사람이며,
가녀린 사람끼리 기대고 의지하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귀하게
평가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눈물로 마을을 씻어낸 사람에게는 사랑이 그의 무기가 됩니다.
용서와 자비를 무리로 사용할 줄 압니다. 눈물로 씻어낸 눈에는
신의 존재가 어리비치웁니다. 강팍하고 오만하고 교만스러운 눈
에는 신의 모습이 비쳐질 수 없지만, 길고 오랜 울음을 거두고,
모든 생명을 고귀하게 볼 줄아는 누은 이미 신의 눈이기 때문입
니다.
많이 울고 많은 것을 보아내는 눈을 갖고 싶읍니다. 어떤 이는
흠과 결점으로 보는 것이, 눈물로 씻어낸 눈에는 가치있고 아름
다운 것으로 보입니다. 눈물로 씻어낸 눈에는 만물이 그 허물을
벗고 진면목(眞面目)을 드러내어 줍니다.
인생은 많이 울고 많이 용서하고, 또 용서함 받고, 많은 인연
을 소중히 여기며 만 가지 사물의 참모습을 보며, 거기 운행하는
우주의 질서, 신의 섭리를 보아내고, 받아들이고, 그리고 풍요하
고 값진 생활을 엮어나가는 눈물의 과정이라 믿어도 큰 잘못이
없을 것 같읍니다.
신이여, 저의 눈에 넘치는 눈물을, 그리하여 끝날에 만나질 죽
음의 모습까지 보아내게 해주시어, 그 날까지의 모든 삶을 한걸음
한걸음씩 진실로 놓아가게 하여 주십시오, 눈물 속에서만 찾아오
시는 신이여, 눈물로 만나 뵈옵는 신이여.
유안진 선생님의 에세이집 "그대 빈손에 이작은 풀꽃을"중 하나를 적어본다.